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장례문화 - 탕이한가

by memora25 2025. 11. 12.
반응형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장례문화 –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별, 탕이한가(Tangihanga)

마오리족 탕이한가 전통 장례 의식

1. 공동체가 함께하는 3일의 장례 의식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장례를 단순한 이별의 순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전통 의식인 탕이한가(Tangihanga)는 고인을 보내는 동시에 공동체의 유대와 기억을 강화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사입니다. 장례는 보통 3일 동안 이어지며, 고인의 시신은 가족의 집이나 공동체 회관인 마라에(Marae)에 모셔집니다. 이 기간 동안 가족과 친척, 친구, 이웃, 심지어 낯선 사람들까지 찾아와 고인의 삶을 추억하고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의식이 엄숙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웃음과 이야기, 노래가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고인의 장점뿐 아니라 약점도 솔직하게 나누며, 인간적인 기억으로 떠올리는 것이 이 장례의 핵심입니다. 마오리족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이야기로 이어지는 또 다른 삶’이며, 공동체 전체가 함께 울고 웃으며 슬픔을 나누는 문화로 이어집니다.

2. 이야기와 노래로 치유하는 문화

탕이한가의 중심에는 ‘말과 노래를 통한 치유’가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고인을 위한 전통 노래인 와이아타(Waiata)를 부르거나, 전사들의 혼을 기리는 하카(Haka)를 추며 슬픔과 감사를 표현합니다. 고인의 시신은 열린 관(Open Coffin) 상태로 놓여 있으며, 사람들은 직접 고인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울음과 웃음이 교차하는 이 장면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마오리 문화의 상징입니다. 어린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며 어른들의 눈물을 보고,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또한 사람들은 돌아가신 분의 삶에 대해 진심 어린 이야기와 유머를 섞어 나누며 공동체의 애도 과정을 함께합니다. 이렇듯 마오리족의 장례는 단순히 슬픔을 표현하는 의식이 아니라, ‘말로써 고인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철학은 장례문화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3. 삶과 죽음을 잇는 공동체의 철학

탕이한가는 마오리족의 공동체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통 중 하나입니다. 장례가 끝난 후에도 가족과 이웃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슬픔을 달래는 시간을 이어갑니다. 이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일임을 의미합니다. 마오리족은 고인의 영혼이 공동체 안에 남아 후손을 지켜본다고 믿으며, 죽음과 삶이 순환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뉴질랜드에서도 여전히 많은 마오리 가족들이 이 전통을 유지하며, 도시에서도 마라에를 중심으로 탕이한가를 진행합니다. 비(非)마오리인들도 이 문화의 따뜻한 정신을 존중하며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억하는 장례’라는 이들의 철학은 오늘날의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큰 울림을 전합니다. 마오리족의 장례문화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과 추억으로 삶을 잇는 방법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반응형